Jeju Island 제주도 여행
Prologue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때 가족여행이랑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간 것 이외로
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국내이고 가까워서 그런지, 뭔가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딱히 가고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었다. 근데 작년에 유럽 크루즈
여행 갔다 온 이후로 갑자기 여행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서 이제는 시간이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
개강이 얼마 안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이젠 내일이 개강...🥲) 엄마가 갑자기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하셨다. 아빠도 미국에 일주일 정도 다녀오셔야
해서 그 사이에 우리도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특히, 엄마 친구분께서 전시회를
열으셨는데 그걸 보러 가고싶다고 하셨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제안에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완전 J 여서...) 싫지
않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2박 3일 정도면 가도 괜찮겠다
싶어서 당장 비행기표와 호텔을 알아봤다. 근데 하필 얼리버드 특가로 완전
저렴한 티켓이 있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 망설인 후에 바로 비행기표를 끊고
호텔도 예약했다.
DAY 1
아침 새벽 비행기✈️라서 나는 잠을 안 자고 밤을 샜다. 하필 🌧️비가 왔다.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데,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쯤에 엄마가 엄청난
발언을 하셨다. "나 여권 안가져왔다..!" 순간 나는 완전 😱"헉...." 했는데
너무 놀라서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도 않았다. 잠시의 무언의 충격 이후,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났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까 여권 안
가져오신 것 자체는 그렇게 화가 안 나는데, 내가 화가 났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분명히 짐을 싸는 과정에서 엄마한테 여권부터 챙기시라고 했다.
그리고 까먹으니까 지금 당장 넣으시라고도 했다. 엄마는 분명 알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당연히 미리 넣어 놓으신 줄 알았다. 그런데 여권을 안
가져오셨다는 건 내 말을 주의깊게 안 들으셨거나 무시하셨다는 거로 느껴졌다.
근데 국내여행은 원래 여권 없어도 신분증으로 된다고 해서 한 숨 놓았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신분증도 하필 최근에 지갑 잃어버리셔서 없으셨다.
그나마 내가 얼마 전에 혹시 몰라서 해드린 모바일 운전면허증만이 있었다.
그것도 내가 나중에 분명히 까먹으니까 생각났을 때 지금 바로 등록해드린다고
해서 한거였다. 결국 😨엄청난 걱정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는데, 다행히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된다고 하셨다. 휴....😓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를 함께 탈 수 있었고,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 했다. 도착 후
엄마는 생애 처음으로 렌터카를 혼자 빌리셨는데 그게 너무 뿌듯하다고 하신다.
덕분에 여행 내내 어디든 갈 수 있었고 매우 자유로웠다. 다음에는 내가
운전해서 다녀보고 싶다.
제일 먼저 우리가 간 곳은 브런치 카페였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멜버즈의 제주시 점을 갔다. 사실 이번 여행은 나한텐 조금
색다르기도 하다. 나는 원래 어디를 가면, 항상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정해놓고 가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그러지 못했다. 그냥
여행 계획 등을 노트에 정리해놓고 가볼만한 곳을 군데군데 스크랩해놓는 정도?
구체적인 루트까지는 정하지 않았다. 근데 멜버즈를 갔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랜드피아노였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피아노를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아쉽게 치지는 못하고 전시용이었다. 여기서
버섯크림뇨끼랑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되게 예쁘게 나와서 좋았다.
하지만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서 엄마랑 싸울 뻔 했다😅. 엄마는 완전
MBTI P의 성격이 강하시고, 나는 진짜 극 J 이다. 근데 그걸 떠나서, 나는 이번
여행만큼은 엄마랑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중요했다. 앞으로 또 둘이 같이
여행올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 근데 엄마가 친구분 편지를 쓰시는데
진짜 너무 너무 오래걸렸다. 오래 걸린 이유는 "시"를 찾느라고. 편지에
넣고싶은 시가 있는데 그걸 까먹으셔서 찾느라고. 그래서 난 나도 찾는 거
도와드린다고 했는데 설명하기 귀찮다고 그냥 엄마가 찾는게 빠르다고 하셨다.
근데 난 진짜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너무 답답했다. 나는 편지를 쓸 때
진짜 오래걸리기 때문이다. 근데 그 오래걸리는 일을 엄마는 안 해오고
여행와서 나랑 같이 있을 때 하신다니... 그래서 완전 서운했다. 나보고 너는
다음에 갈 곳 찾아놓고 있으라고 하셔서. (나 미리 다 스크랩 해놨는데..
심심한데..🥲) 근데 엄마 입장에서는 우리 아직 시간도 많은데 잠깐 이 편지
하나 쓰는 거 못 기다려주냐고...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내가 너무 서두르긴
했다..
살짝 기분 상한 상태에서 우리는 선물용 화분🪴을 사러 갔고, 그 다음 전시회로
이동해 그 화분을 <엄마의 정원>이라는 그림 밑에 놓았다. 원래같았으면
내가 영상을 열심히 찍었겠지만 엄마가 찍으시길레 나는 그냥 사진만 찍었다.
근데 내가 직접 영상을 안 찍은게 너무 후회된다 ㅠ 더 잘 찍을 수
있었을텐데... 근데 역시 사진은 실물을 못 담는다. 되게 예쁘고 선명한 색감을
많이 사용하셔서 그림이 되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
다음 코스는 내가 진짜 가고 싶었던 아르떼뮤지엄! 평소 미디어아트를 좋아하는
나는 제주도 여행지 중 여기가 가장 기대됐다. 제주도의 아르떼뮤지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전시관이다. 도착을 해서 입장을 하려고
입장권을 살피는데(엄마 친구분이 티켓 주심), 와... 껍데기만 있었다. 그게
껍데기 속에 티켓이 담겨 있는 것처럼 생겼는데 내가 그걸 까먹고 껍데기만
있는 줄 알고 진짜 티켓은 가방에 안 넣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티켓 잘 챙긴
줄 확신하고 있었는데...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결국 내 돈 내고 갔당...
아르떼뮤지엄에서 정말 신기했던 건, 거기에도 피아노가 있었다. 디지털피아노.
거기는 쳐도 돼서 조금 쳐봤다. 근데 워낙 시끄러워서 피아노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 어두워서 건반도 잘 안 보였다 ㅋㅋ. 어쨌든 여기서 최대한 열심히
엄마의 인생샷을 많이 찍어드리고 나도 충분히 즐겁게 관람했다. 이후에는 호텔
체크인하고 (운 좋게 맨 위에 층 배정받음😆) 저녁을 먹었다. 근데 또
신기한거.... 호텔 로비에도 전시용 피아노가 있었다..! 그리고 2주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졌다☀️.
DAY 2
충분히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사실 난 일찍 깼는데 엄마가 계속 주무시길레
그냥 나도 다시 잤다. 이 날은 📍이지고잉 이라는 브런치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었다. 사실 토끼 푸딩 먹으러 간 거였는데, 까먹고 못 먹었다ㅠㅠ.
다음에 제주도 오면 진짜 꼭 다시 와서 [밀크 토순이 푸딩]이랑 [초코 토순이
푸딩]이랑 [커피 토순이 푸딩] 모두 다 먹을거다. 푸딩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토끼를 너무 좋아해서 그리고 너무 귀엽게 생겨서, 사진 각이라서
먹고싶다. 우리는 흑돼지 김치 필라프랑 쉬림프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먹었는데,
난 김치필라프가 진짜 맛있었다.
그 다음 간 곳이 진짜 최고였다. 바로 📍마노르블랑 식물원 카페🌱!
내가 꽃이랑 식물을 좋아하진 않는데 그냥 사전조사해 본 곳들 중에서 여기가
제일 괜찮아서 간 것이었다. 근데 와... 진짜 대박. 인생 카페. 난 앞으로
여기는 제주도 올 때마다 올 거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온 것도 아닌데 우선
내부부터 압도적이다. 사장님께서 여행다니시면서 모으신 각양각색의 접시들로
가득한 벽면. 그리고 여기가 알고 보니 정원이 있다. 그래서 나가봤는데, 진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여기에, 이 야외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
그것도 화이트 색상, 게다가 삼익 피아노!!! 더 신기한 건 내가 울리는 피아노
싫어하는데 울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조율까지 되어 있었다. 와😯 진짜
신기했다. 어떻게 가는 곳마다 이렇게 피아노가 있지?
아무도 없길레 즉흥으로 몇 곡 연주해 보았다. 근데 연습도 안 한 데다가
바람도 불고, 너무 춥고 손도 시렵고, 손은 완전 얼어서 잘 안 움직이는데,
하필 피아노가 완전 딱딱했다... 그래도! 열심히 쳐봤고 엄마가 열심히
찍어주셨다. 많이 틀렸지만...🤭 난 태어나서 야외에서 피아노를 쳐 보는 것은
처음이다. 바람이 부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개가 짖는 소리를
들으며, 내 피아노 소리를 거기에 섞어 보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피아노 뿐만 아니라 여기 진짜 볼게 정말 정말 많다. 아직 피진 않았지만
꽃밭도 있고, 귤도 있고, 그네도 있고, 돌하르방도 있는 등 되게 예쁘게 잘
꾸며 놓으셨다🏡.
저녁에는 🌅일몰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들고 베스트 장소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정착한 곳은 해녀의 집 바로 옆의 어떤 장소. 열중해서 일몰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옆에 어떤 남자애한테 우리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자고 하셨다.
근데 난 사실 일몰을 찍느라 누가 옆에 온 줄도 몰랐다 ㅋㅋㅋㅋ 근데 그
친구가 나름 우리 둘을 잘 찍어줘서 되게 고마웠다. 해가 지니 갑자기 추워져서
근처에 있는 📍더클리프 에 저녁 먹으러 갔다. 거기서 피자랑 제주 에일
맥주를 마시고 인생네컷을 찍었다. 엄마랑 찍는 건 처음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맘에들게 나와서 되게 기분 좋았다. 이 날은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 제주도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돌아갔다.
행복한 여행이었다❣️